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잭슨홀 무대에 섰다. 시장의 3분의 2 이상은 무난한 원론적 발언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매파적 발언이 나오며 국채바이백 이후 급등했던 금·은·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조정을 받았다. 지난주 재무부의 시장 개입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이번 연준 의장의 한마디로 다시 한번 방향을 튼 셈이다.
파월과는 다른 스타일
8월 27~29일 와이오밍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은 주최 경제정책 심포지엄, 올해 주제는 '금융혁신 - 결제와 정책에 대한 함의'였다. 120여 명의 각국 정책 담당자·경제학자가 모인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22일 제17대 연준 의장에 취임한 워시는 8월 28일 오전 10시 첫 키노트 연설에 나섰다. 워시는 전임 파월과 뚜렷이 다른 소통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파월을 비롯한 역대 의장들이 정교하게 다듬은 신호로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려 했다면, 워시는 명시적인 포워드가이던스(향후 정책 방향 예고) 없이 시장이 데이터를 스스로 해석하도록 놔두는 '핸즈오프' 접근을 택해왔다. 이 방식은 그동안 엇갈린 평가를 받아왔는데, 한 경제학자는 "그가 개인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발생한다고 보는지, 통화정책이 어떤 경로로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워시, "기저 흐름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 연설에서도 워시는 명시적인 9월 정책 방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뚜렷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여름 지표가 예상보다 나았지만, 기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기저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반의 강한 힘에는 "인상 깊다"고 평가하면서도, 물가 안정이 연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 예상을 벗어난 매파적 발언
연설 전 실시된 한 설문에서는 펀드매니저의 69%가 이번 연설이 중립적인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결과는 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 연설 직후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35%에서 57%로 급등했다. 국채 시장에서도 2년물 금리가 8bp, 10년물 금리가 4bp 오르며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더 크게 반응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주식시장은 S&P500이 0.25~0.3%, 나스닥종합이 0.5% 안팎 밀렸고, 다우존스산업평균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다만 세 지수 모두 그 주 전체로는 상승 마감했다.
급등했던 금·비트코인, 하루 만에 조정
이번 연설에서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따로 있다. 지난주 미국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법정화폐 대신 금·암호화폐 같은 실물자산으로 옮겨가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다시 불붙었다. 달러는 한 주 새 거의 1% 빠졌고, 금과 크립토는 함께 랠리했다. 그런데 워시의 매파적 발언이 나온 금요일, 이 흐름이 정확히 뒤집혔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시장전략가는 "워시 의장이 잭슨홀에서 매파적 메시지를 던졌고,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재점화로 지난주 랠리했던 금·은·비트코인이 오늘 조정받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주 거의 1% 빠졌던 달러는 이번 주, 특히 워시 발언이 나온 금요일에 반등했다.
1년 전, 파월과는 정반대 결과
흥미로운 건 이 장면이 정확히 1년 전과 대비된다는 점이다. 2025년 8월 잭슨홀에서 파월 당시 의장은 "정책이 조정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짧은 한 문장으로 비둘기파적 전환을 시사했다. 그 여파로 다우존스는 860포인트(2%) 급등했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1.5%, 1.45% 올랐으며 테슬라(6%)·엔비디아·애플 같은 대형 기술주가 강세를 이끌었다. 달러는 급락하고 국채는 랠리했으며, 크립토 시장은 활황을 보였다. 그러나 워시의 연설은 1년 사이 정반대 방향으로 시장을 흔든 셈이다. 이는 같은 잭슨홀이라도 그해 연준 수장이 인플레이션과 고용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정은 9월 16일 FOMC 회의
일반적으로, 잭슨홀 연설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제한적이었다. 2000년 이후 심포지엄 다음 주 S&P500의 평균 상승률은 0.4%에 그쳤다는 블룸버그 집계도 있다. 이번에도 3대 지수 모두 그 주를 상승 마감했다는 점에서,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의 방향성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재무부의 국채바이백 개입에도 장기금리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까지 매파적 태도를 이어간다면 금·비트코인이 주도한 이번 여름의 실물자산 랠리는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 본 포스팅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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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드가이던스 —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시장에 미리 알려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베어 플래트닝 —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약세) 가운데,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더 크게 올라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는 현상. 통상 통화 긴축 우려가 커질 때 나타난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 정부의 재정 확대나 화폐가치 희석 우려가 커질 때, 금·비트코인처럼 공급이 제한된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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